[임유리의 1열중앙석]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지독한 순정의 끝은 비극? 혹은 '새로운 시작'
[임유리의 1열중앙석]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지독한 순정의 끝은 비극? 혹은 '새로운 시작'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달동네에 자리한 친구 ‘하운두’의 자취방에 얹혀 사는 백수 ‘캣츠비’는 어느날 갑자기 6년 사귄 여자친구 ‘페르수’로부터 3일 앞으로 다가온 다른 남자 ‘부르독’과의 결혼식 청첩장을 건네 받는다. 

얼핏 들으면 소위 말하는 ‘막장’ 드라마의 서막을 알리는 듯한 이 스토리는 다름 아닌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RE:BOOT’(이하 ‘위대한 캣츠비’)의 첫 장면이다. 

2004년 DAUM에 연재된 강도하 작가의 웹툰 ‘위대한 캣츠비’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뮤지컬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리부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지난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돌아왔다. 제작진부터 배우, 음악, 무대까지 모든 것이 달라졌다. 무엇보다도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여 캣츠비, 페르수, 하운두, 선 4명의 청춘의 지독히도 날 것 같은 사랑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막장’이라 치부해 버리면 한 마디로 끝나버릴 스토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이란 그렇게 단순하게 정의해버릴 수 없는 것이 아니던가. 작품 속 하운두는 이렇게 말한다. “여기가 지옥 아닌가?”. 사랑을 하는 누군가에게 현실은 천국일 수도 있고, 혹은 지옥일 수도 있다. 작품은 바로 그 ‘사랑’ 밖에 보이지 않는 사랑, 그리고 커다란 아픔과 고통을 안고 이별을 해본 사람이라면 깊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무대 2층에 자리한 라이브 밴드가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강렬한 록을 시원스럽게 들려준다. 청춘들의 격렬한 사랑을 표현하는 데 록이라는 장르가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 귀에 감기는 넘버들도 여럿 포진해 있어 듣는 맛이 있다. 라이브 밴드가 위치한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무대는 3층 꼭대기까지 구석구석 효율적으로 사용된다.

캣츠비 역의 비스트 손동운, 정동화, 강기둥은 각각 너무나도 다른 개성으로 매력을 발산한다. 한 역할을 여러 명의 배우가 돌아가며 연기하는 공연의 특성이라 할 수 있겠지만 ‘위대한 캣츠비’는 각각의 배우가 한층 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캣츠비 역 뿐만 아니라 페르수 역의 선우, 이시유와 하운두 역의 김영철, 이규형, 문성일 그리고 선 역의 다나, 유주혜에 이르기까지 모든 배우에게 해당된다. 

'사랑'만을 이야기는 하는 작품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백조가 될거야'라고 노래하던 페르수는 결국 오리인 캣츠비의 곁으로 돌아오고, 작품의 마지막에 캣츠비와 페르수는 이런 대화를 나눈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 너, 나, 뱃 속의 아기” “그래, 하운두” “그래, 우리 셋”. 

지독한 순정의 끝은 ‘오리는 결코 백조가 될 수 없다’는 처절한 비극인 걸까, 아니면 ‘그래도 아픔을 안고 우리는 나아간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인 걸까. 받아들이기 나름일테지만 적어도 이 작품에서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게 아닐지 싶다. 

지난 7일 개막한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는 내년 1월 31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서예진 기자 syj@zen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