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리의 1열중앙석] 사랑 안하고 방황 안하면 바람직한가요?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
[임유리의 1열중앙석] 사랑 안하고 방황 안하면 바람직한가요?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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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바람직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바랄 만한 가치가 있다'란다.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을 보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누구의 기준인 것일까? 그저 '사랑'을 하고, 혹은 '방황'을 하는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바람직하다 혹은 그렇지 않다는 이분법으로 간단히 정의해버릴 순 없을 것이다.

전교 1등 모범생 '정이레'는 익명의 신고자로 인해 전교생 앞에서 아웃팅을 당한다. 이 때문에 이레와 함께 아웃팅을 당한 '서지훈'은 퇴학을 당한다. 그리고 전국 모의고사 상위 0.3%의 이레는 동성애를 했다는 이유로 학교 반성실에서 한 달 후 열리는 징계위원회에 제출할 반성문을 매일매일 써야하는 처지가 된다.

사고뭉치 일진 '박현신'은 오토바이 절도사건으로 경찰서에 붙잡힌다. 현신에게는 자기처럼 문제만 일으키는 동생이 있고, 그 때문에 그에게 전화해서 우는 어머니, 그리고 불륜 상대와 함께 있는 모습을 들켜 놓고는 아들 앞에서 "나 이 사람 사랑한다"고 말하는 뻔뻔한 아버지가 있다.

이처럼 닮은 것 하나 없는 두 사람이 학교 반성실에서 만나게 된다. 살아온 것과 생각하는 것이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처음에는 갈등을 빚지만 이레가 현신의 반성문을 대신 써주는 조건으로 익명의 신고자를 함께 찾을 것을 제안하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동성애, 학교 폭력, 따돌림, 그들 사이의 서열 등 10대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그려내다보니, 작품 속 거친 욕설과 적나라한 표현, 남발되는 줄임말에 다소 불편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실력으로 무장한 배우들의 진정성 넘치는 연기는 그런 단점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는다.

특히 이레 역의 정동화, 현신 역의 김보강, 지훈 역의 배두훈 이 세 배우의 조합은 연기부터 목소리, 노래까지 빈틈없이 조화롭다. 비단 이 작품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이들이 함께 연기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단일 세트임에도 적절한 조명과 무대 소품의 이용으로 지루함 없이 활용되는 효율적인 무대 구성, 그리고 오랜 시간 귓가에 남아 떠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을 흔드는 넘버들은 이 작품의 커다란 매력 중에 하나다. 연극으로 시작한 작품이다 보니 여전히 남아 있는 연극적인 요소들과 뮤지컬로 다시 태어나면서 추가된 '카톡감옥'과 같은 장면들은 작품의 개성이 됐다.

극 초반 반성문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묻는 현신에게 "감정을 연기해서 거짓말을 써봐"라고 말하던 이레는 결국 현신에게 "내가 사랑이라고 하면, 진심이라고 하면 넌 믿어줄거야"라고 묻는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바람직해지라고 강요하는 세상에서 상처받고 좌절하는 그들의 모습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이미 사회가 정해놓은 틀 안에서 '나'를 버리거나 혹은 숨기고 '바람직하게' 살고 있는 어른들, 아직은 그 틀 안에 억지로 나를 맞추고 싶지 않은 학생들에게 각각의 깨달음과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짧은 공연 기간이 아쉽지만 빠른 시일 내에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는 20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이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