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니스뉴스=여혜란 기자] 당분간 그 시절 쌍문동 골목에 향수병을 앓을 것 같다. 지난 16일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진한 그리움이 수많은 명장면의 잔상으로 남았다.
그 중에서도 ‘남편 찾기’로 1988 버전 삼각관계를 보여준 류준열, 혜리, 박보검의 모습들을 되돌아 본다. 풋풋한 열 여덟의 순수한 모습은 꽤 다양한 차림새로 표현됐다. 무뚝뚝한 정환이부터 명랑 쾌활 덕선이, 쌍문동 등신 택이까지. 세 인물이 드라마 속에서 입었던 ‘그때 그 옷’을 모았다.
‘개정팔’ 정환이가 걸친 것들


무뚝뚝한 정환이의 성격은 집에서 가장 잘 나타났다. 별다를 것 없는 기본 티셔츠와 편안함의 극치인 트레이닝 바지가 군더더기 없는 그의 캐릭터와 함께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정환이의 교복은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실제 그 시절 원단 같은 남색 재킷에 무심하게 잠근 셔츠 단추, 널널한 사이즈의 회색 바지까지. 류준열의 큰 키와 시크한 교복핏은 정환이라는 캐릭터의 여러 매력 중 하나였다. 그의 교복을 완성한 포인트는 옛날 학생들의 ‘부의 상징’ 나이키 운동화였고, 특히 등굣길 버스에서 덕선이를 지킬 때 노출된 ‘팔의 힘줄’도 그랬다.

무심한 정환이도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차림새에 신경썼다. 덕선이를 위해 압구정 패스트푸드점까지 행차한 정환이의 모습은 꽤 말끔했다. 심플한 라인의 회색 재킷과 깔끔하게 정리한 헤어스타일은 2016년 여심을 사로잡기에도 손색없다. 이날 정환이의 모습은 그가 집을 나서기 전 얼마나 거울을 봤을지를 짐작케 했다.
‘특공대’ 덕선이가 걸친 것들

낭랑 18세 덕선이는 주위를 밝게 만드는 기운이 있었다. 그것은 드라마 초반 줄기차게 입었던 분홍색 맨투맨 티셔츠로도 표현됐다. 언니 보라에게 구박을 받을 때도, 이 옷을 입은 덕선이는 같은 처지의 동룡이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극복했다. 분홍색 ‘앵무새 옷’은 덕선이의 티없는 성격과 잘 어울렸다.

덕선이는 동룡이와 함께 쌍문동 골목 ‘패셔니스타’였다. 한창 입고 바르는 것에 관심 많을 열 여덟 여고생을 그 시절 패션 아이템으로 표현했다. 특히 친구들과 압구정에 놀러가는 날이나, 제일 좋아하는 ‘별밤’ 이문세의 콘서트에 가는 날은 짧은 청치마로 멋을 냈다. 물론 정환이의 시크한 잔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말이다.

덕선이의 ‘시그니처 아이템’이었던 잠옷을 빼놓을 수 없다. 하늘색에 셔링 디테일이 귀여운 이 잠옷은 ‘소녀’ 덕선이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었다. 이른 아침 신문을 가지러 나갈 때도, 침대에서 정환이에게 ‘간접 고백’을 들을 때도 덕선이는 이 잠옷을 입고 있었다.

그해 덕선이는 ‘떡볶이코트’로 겨울을 났다. 짙은 더플코트의 색감은 복고 무드를 더 리얼하게 만들었다. 이 코트는 바닷가에서 택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땐 장난기 어린 소녀가 되게 했고, 짝사랑하는 정환이의 옆에선 덕선이의 순수한 설렘을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덕선이는 분홍색 니트를 입고 택이와 사진을 찍었다. 택이는 “예뻐, 옷도 예쁘고”라고 말했지만 이 옷은 극 중 택이의 옷이었다. 무신경한 택이의 다정한 멘트와 남자옷을 입어 소매가 긴 덕선이, 두 사람의 모습이 예뻤던 장면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분홍 니트는 자신이 진행하는 음악방송에 입고 나온 진짜 박보검의 옷이라는 거다.
‘희동이’ 택이가 걸친 것들

‘쌍문동 유명인’ 최택은 바둑밖에 모르는 소년이었다. 그런 택이가 방 안에서 보여준 모습은 대부분 진득하게 앉아 교본을 보고 바둑을 두는 것이었다. 택이의 바르고 단정한 캐릭터는 칼라(Collar)가 있는 피케셔츠나 평범한 티셔츠로 더 잘 표현됐다.

아이 같이 순수한 택이의 열 여덟은 흰색과 아주 잘 어울렸다. 검은 바가지 머리에 하얀 후드 점퍼를 걸치고 나와 우유를 마시는 모습은 깨끗한 소년 택이 그 자체였다. 한 겨울에도 반팔 티셔츠를 입는 모습으로 덕선의 현재 남편임을 ‘살짝’ 암시하기도 했다.

택이는 오랜 첫사랑을 용기로 이뤄낸 ‘승부사’다. 기원에 갈 때나 대국이 있을 때 소년은 단정한 옛날 정장을 차려입었다. 실제 인물이라는 이창호 9단의 수더분한 당시 모습을 재현했다. 그 정장 차림에는 택이가 어린 나이에 짊어졌을 승부의 세계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속 깊은 어른스러움이 함께 서려있었다.
사진=tvN '응답하라 1988' 방송 화면 캡처,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