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리의 1열중앙석] 뮤지컬 '레베카', 놓쳐서는 안될 '명불허전'의 귀환
[임유리의 1열중앙석] 뮤지컬 '레베카', 놓쳐서는 안될 '명불허전'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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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그야말로 ’명불허전’인 뮤지컬 ‘레베카’가 돌아왔다. 3시간에 달하는 공연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다. 어찌 이 작품을 보고 팬이 되지 않을 수 있으랴. 

극장을 나선 후에도 한참 동안 귓가를 떠나지 않는 킬링넘버 ‘레베카’를 비롯한 아름다우면서도 강렬한 음악,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레베카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듯한 음습한 맨덜리 저택을 재현한 무대와 그러한 효과를 배가시키는 영상 연출,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 녹아 들어 서스펜스와 로맨스가 공존하는 탄탄한 작품의 스토리에 몰입도를 높이는 실력파 배우들. 하나부터 열까지 흠 잡을 데가 없다.

뮤지컬 ‘레베카’는 우리나라에는 뮤지컬 ‘엘리자벳’과 ‘모차르트!’로 널리 알려져 있는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의 작품이다.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소설과 그것을 바탕으로 알프레드 히치콕이 만든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은 두 사람이 만들어냈다. 원작의 무게가 부담이 됐을 터인데 오스트리아 초연 이후 3년 간 장기 흥행을 기록해 오히려 "원작을 뛰어넘는 뮤지컬의 탄생"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가 극의 전반을 지배하는 듯 보이지만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결국 두려움과 죄책감을 안고 어두운 기억에 시달리는 한 남자와 그런 그를 사랑하는 한 여자가 사랑의 힘으로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로맨틱한 러브스토리가 뼈대를 이루고 있다. 레베카의 죽음도, 막심과 '나'의 성장도, 어찌 보면 결국 모든 것은 ‘사랑’으로 비롯되고 ‘사랑’으로 귀결된다.

전 부인인 레베카의 죽음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막심 드 윈터’ 역에는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송창의를 비롯해 류정한 엄기준 민영기가 캐스팅됐다. 또한 죽은 레베카를 숭배하며 맨덜리 저택을 지배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 역에는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가수 김연우와 거미의 기록을 깨며 최초로 5연승을 거둔 ‘캣츠걸’의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는 차지연과 신영숙 장은아, 사랑하는 막심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댄버스 부인과 맞서는 ‘나(I)’ 역에는 김보경 송상은이 함께 한다.

맨덜리 저택을 집어삼킬 듯한 강렬한 카리스마와 함께 어딘지 모르게 음산한 기운을 드리우는 댄버스 부인 역 신영숙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소름 끼치는 연기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송창의는 부드럽고 젠틀하면서 매력 넘치는, 또 한편으로는 나약하고 예민한 막심 역에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브라운관과 무대를 종횡무진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그이지만 뮤지컬 무대에서도 더 자주 보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극의 백미는 레베카의 침실의 열린 창문 앞에 서 있던 ‘나’와 댄버스 부인이 무대가 회전하면서 등장하는 발코니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 ‘나’를 죽음으로 내모는 댄버스 부인의 서늘한 광기가 객석 앞으로 훌쩍 다가온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돼 전율이 일게 한다. 곡이 끝나도 객석의 박수 소리는 끝날 줄을 모른다.

올해 절대 놓쳐서는 안될 작품이다. 뮤지컬 ‘레베카’는 오는 3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