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리의 1열중앙석] 클래식+러블리, 한 편의 순정만화 같은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임유리의 1열중앙석] 클래식+러블리, 한 편의 순정만화 같은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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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무려 혼성 2인극이다. 작품의 등장인물은 존 그리어 고아원 출신의 제루샤 주디 에봇과 그를 후원하는 일명 '키다리 아저씨' 제르비스 펜들턴 단 2명. 하지만 2시간 남짓한 공연 시간은 가득 차고 또 넘쳐흐른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가 지난 19일 국내 초연의 막을 올렸다. 진 웹스터의 명작 소설 '키다리 아저씨'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만큼 작품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터다. 

1912년 발표된 이 소설은 당시 상류층과 종교인들의 위선, 편협함을 꼬집는 재치로 웃음과 재미를 줬다. 또한 작가가 되려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제루샤의 끈기와 노력,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키다리 아저씨로부터 점점 독립해가는 그의 성장 스토리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선사했다. 키다리 아저씨가 누군지 밝혀지는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두 사람의 로맨스는 감성을 자극하기에도 충분했다. 

뮤지컬로 재탄생한 '키다리 아저씨'는 소설의 재미를 그대로 살리면서, 그와는 또 다른 살아있는 매력으로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당시의 감성으로 돌아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서히 무르익는 제루샤와 제르비스와 풋풋한 사랑의 감정이 관객들에게 생동감 있게 전달된다. 

두 사람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환상의 호흡은 입가에 절로 미소를 띠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 아파 눈물을 글썽이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공연 내내 마치 조금 낡았지만 덮으면 따스하고 포근한 담요 같은 느낌으로 우리들을 감싸 안는다. '행복의 비밀', '내가 몰랐던 것들', '컬러 오브 유어 아이즈', '나의 맨하튼' 등의 화려하진 않지만 클래식하면서도 담백하고 순수한 서정적인 넘버 또한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제르비스가 주로 머무는 서재는 제루샤의 활동 무대가 되는 공간과는 계단으로 분리돼 있다. 두 사람은 극 초반부터 한 무대에서 계속 함께하지만 스토리가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서로 만나진 않는다. 그 때문에 관객은 두 사람의 감정이 조금씩 깊어지는 과정의 설렘을 함께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제루샤가 편지에 쓴 '사랑을 보내며'라는 한 마디에 이게 무슨 뜻일까 신경 쓰며 고민하는 귀여운 '키다리 아저씨'의 모습도 제루샤는 알 길이 없지만 관객들은 볼 수 있다는 것. 이렇게 그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메말라 있던 감성이 촉촉하게 적셔짐을 경험할 수 있다.

넓지 않은 무대지만 구석구석을 활용해 제르비스의 서재, 존 그리어 고아원, 제루샤의 학교 등을 표현,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특히 락 윌로우 농장에 처음으로 가게 된 제루샤가 창문을 활짝 열었을 때의 그 벅참은 신기하게도 객석에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직 여성에게 참정권이 없던 시대, 제루샤는 누구보다도 씩씩하게 세상을 향해 걸어나간다. 당찬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흐뭇하기 이를 데 없다. 더불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용기도 얻게 된다. 이게 바로 '힐링'이 아닐까 싶다. 

무더운 여름, 아직 휴가를 떠나지 못한 이들에게는 힐링을, 다가오는 가을에는 허전한 마음에 설렘을 전해줄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오는 10월 3일까지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한다. 제루샤 주디 에봇 역에 이지숙 유리아, 제르비스 펜들턴 역에 신성록, 송원근, 강동호가 함께 한다. 

 

사진=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