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리의 1열중앙석] 뮤지컬 '파리넬리', 눈과 귀를 호강시키는 바로크와 현대의 만남

[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첫 등장의 아리아부터 전율이 인다. 비운의 카스트라토 파리넬리 역을 맡은 루이스초이와 고유진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카운터테너 출신의 루이스초이는 희소성 있는 소프라노의 힘있는 가성과 화려한 테크닉이 매력적인 배우. 반면에 고유진은 그룹 플라워의 메인보컬 출신다운 부드러운 목소리와 섬세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배우이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영리하게도 시작부터 이 두 배우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루이스초이와 고유진은 임팩트가 강한 파리넬리의 첫 등장장면에서 각각 다른 넘버를 부른다. 루이스초이는 리카르도 브로스키의 ‘나는 파도를 가르는 배(Son Qual Nave Ch’agitata - Riccardo Broschi)’를, 고유진은 니콜라 포르포라의 ‘위대한 조베여(Alto Giove - N.A.Porpora)’를 부르는 것. 이들은 각자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며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이날 무대에 등장한 루이스초이는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숨쉬는 것마저 잊을 정도의 아름다운 노래를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1막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왜 하필'이라는 넘버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 자신의 모습에 신을 원망하는 기본적인 감정과 전달하려는 가사만 같을 뿐 전혀 다른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2인 2색의 매력을 모두 감상하고 싶다면 각 파리넬리의 공연을 보는 수 밖에.

그 밖에도 뮤지컬 '파리넬리'는 모든 요소들이 매우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작품의 중요한 목표 중에 하나인 바로크와 현대의 조화를 가장 전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헨델로 대표되는 바로크 시대 음악과 창작곡의 완벽한 조화는 감탄해마지 않을 수 없다. 대형 액자 프레임, 원형 계단 등을 사용한 간결하면서 효과적인 무대 장치도 훌륭하다. 작품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파리넬리의 어린 시절 회상 장면의 연출은 상징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전달한다. 뿐만 아니라 각 장면의 설명을 더해주는 완성도 높은 안무와, 그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뛰어난 실력의 앙상블은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루이스초이의 노래는, 단지 노래만으로도 사람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스스로도 많이 좋아졌다고 말한 바 있는 진성은 가성일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그는 진성과 가성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공연장을 달아오르게 한다. 한층 깊어진 감정 표현도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리카르도 역의 이준혁은 안정된 연기와 가창력으로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리카르도의 파리넬리를 향한 사랑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부탁을 지키기 위한 눈물 겨운 형제애였는지, 혹은 범재인 자신이 가지지 못한 재능을 가진 파리넬리를 향한 애증과도 같은 것이었는지 그 경계에 놓인 복잡한 감정을 그는 매우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그러다보니 마지막 장면에서의 리카르도는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며 여운을 남긴다.

창작 뮤지컬 '파리넬리'는 이렇듯 음악, 연출, 드라마, 무대, 의상, 안무 등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아쉽게도 이번에도 공연 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으니 작품이 궁금하다면 서둘러 공연장으로 향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뮤지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영화 등을 통해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 파리넬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다, 눈과 귀를 모두 호강시켜줄 화려한 무대와 의상, 아름다운 음악이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아깝지 않을 작품이다. 오는 10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16일과 17일에는 의정부예술의 전당 대극장, 30일에는 안양아트센터 관악홀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사진=HJ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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