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마스터' 이병헌 "할리우드, 날 보는 시선이 변한 것 같다"
[Z인터뷰] '마스터' 이병헌 "할리우드, 날 보는 시선이 변한 것 같다"
  • 권구현 기자
  • 승인 2017.01.02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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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연기의 고하를 말하기는 어려운 배우다. 언제나 작품 속에서 이름 석 자로 신뢰를 안기는 배우, 바로 이병헌이다. 이미 이병헌은 2016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내부자들’을 통해 백상, 청룡, 대종상까지 남자 배우의 주요 수상을 휩쓸었다. 특히 청룡영화상의 경우 7번의 도전 끝에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가치를 더했다.

그런 이병헌이 2016년의 마지막, 그리고 2017년의 시작을 새 영화로 닫고 열었다.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을 모티브로 강동원, 김우빈과 함께 열연한 영화 ‘마스터’가 그 주인공이다. 연기면 연기, 비주얼이면 비주얼까지 한국 영화계에 가장 핫하다는 세 명을 한 자리에 모았으니 그 흥행세가 대단하다.

영화 '마스터'에서 사기꾼들의 수장 '진회장'을 연기한 이병헌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마스터’에 관한 것부터, 청룡영화상 수상, 할리우드 라이프, 그리고 육아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 그 이야기를 지금 이 자리에 전한다.

영화에 대한 흥행세가 좋다.
영화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 조의석 감독의 영화적 특징이 잘 살아있다. 경쾌하고 속도감 있다. ’감시자들’(2013) 때부터 그 쪽에 차별된 능력이 있는 분이다. 사실 내 영화를 보면 객관성을 잃어버린다. ‘광해’(2012) 때도, ‘내부자들’(2015) 때도 그랬다. 그래서 주변 배우들의 반응을 살핀다. 일단 동원 씨는 굉장히 만족해 했고, 우빈이는 아쉬운 지점을 말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흡족해했다. 

이병헌, 그리고 어수선한 시국 속 사회 병패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내부자들’과 함께 언급되고 있다.
딱 그런 공통점이 있다. 현실 고발과 배우가 같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지점을 제외하면 두 영화는 완전 다르다. 닭백숙과 닭볶음탕이 맛이 다른 것과 같다.

대단한 비유다.
하하. ‘내부자들’은 굉장히 어두운 영화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도 굉장히 세다. 그래서 현실을 뒤집어 놓을 힘이 있었고 그 덕에 사랑을 많이 받았다. 다만 그래서 영화를 불편해하는 분도 많았다. 하지만 ‘마스터’는 그 불편해 했던 분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현실의 비리를 들춰냈지만 표현법이 세지 않다. 

사실은 굉장히 센 사건인데, 현 시국 때문인지 그 수위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시국이 영화를 능가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톤을 조절했다. 현실이 이미 자극적이니 진지하고 어두운 일을 영화로 풀어내 봐야 감흥이 덜 할 것 같았다. ‘내부자들’ 때는 ‘이런 일이 정말 있겠어?’라는 상상 속에 재미있게 봤겠지만, 지금이었다면 현실을 스크린에서 봤을 것 같다. ‘마스터’는 조희팔을 모티브로 했지만 판타지적 요소가 많은 영화다. 오락성이 장점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강동원-김우빈과 호흡을 맞췄는데.
특히 우빈이의 캐릭터가 시나리오에서부터 펄떡펄떡 뛰었다. 그래서 걱정도 했다. ‘젊은 배우가 의욕 넘쳐서 튀어버리면 몰입이 방해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첫날 리딩을 하는데 그 걱정이 싹 사라졌다. 오버를 안 했다. 현장에선 더 발전된 모습으로 왔다. 물론 나이차이는 있다. 서로 인생 이야기를 하면 거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나이가 상관 없어진다. 우빈이랑은 다큐멘터리에 대해 이야기 했다. 서로 추천도 해주고 그랬다.

이번 진 회장을 보면 눈에 띄는 설정이 두 가지가 있다. 바로 필리핀식 영어와 흰머리 분장이다. 먼저 흰머리 분장은 본인이 직접 제안했다고 들었다.
의상 하고 분장 때문에 긴 시간 미팅을 가졌다. 보통의 영화에선 미리 준비해간 모습을 보여주면 “오 그냥 가봅시다”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스터’는 아니였다. 캐릭터를 만드는데 있어 너무 많은 것이 열려있었다. 조희팔을 따라가는 다큐였다면 그에 맞게 준비하면 됐을 거다. M자형 대머리 만들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우리는 픽션이 많이 가미된 작품이다. 그래서 캐릭터 설정에 있어 외형을 만드는 게 너무 어려웠다. 마지막에서야 “흰머리를 해보는 게 어떨까?”해서 지금의 모습이 나왔다.

만족스러웠나?
반신반의 했는데, 너무 잘 어울린다는 의견이 나와서 기분이 조금 그랬다. 흰머리가 너무 잘 어울린다니, 씁쓸한 일이다.

필리핀식 영어도 본인의 의견이었다고 들었다.
반응이 좋아서 정말 다행이다. 사실 언론시사회 때 전 배급 관계자 관에서 영화를 봤다. 그런데 반응이 너무 썰렁했다. ‘다 주무시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고요했다. 전 지금까지 반응이 제일 없는 관이 기자들이 모여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하하. 속으로 제일 기대했던 포인트였기 때문에 스스로 절망했다.

우리나라 사람이 듣기엔 참 찰졌는데, 현지인 평가는 어떻던가?
우리나라 관객들이 보는 거니까 사실 부담은 덜했다. 필리핀식 영어라 하면 약간 경박스러운, 결국 공식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사투리 연기를 잘 해내도 현지 사람이 듣기엔 “저게 무슨 사투리야”라는 핀잔을 들을 수 있다. 필리핀 사람이 본다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극중 필리핀 시장으로 나오는 분이 있다. 그분이 진짜 시장 출신의 국회의원이다. 스무살 땐 태권도 국가대표였고, 그 뒤에 영화배우를 했고, 그 인지도를 가지고 정치인이 됐다. 마닐라에서 가장 세련됐다는 마카티에서 시장을 했다. 그 분께서 제 필리핀식 영어를 보고 “와 너 연습 많이 했는데?”라며 칭찬해줬다. 부차적으로 그분이 요즘도 문자를 보낸다. 영화를 찍나보다. 자신의 액션 리허설 장면을 계속 보내온다.

이병헌이라 하면 우리 영화계에 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할리우드다. 할리우드에서 이병헌을 찾는 이유가 무얼까?
제 필모그래피가 액션 영화 위주이긴 했지만 그들도 절 보면서 ‘제법이다’라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액션만 할 수 있는 배우가 아닌 것 같다는 가능성을 봤을 것 같다. 사실 ‘미스 컨덕트’나 ‘매그니피센트 7’에서의 역할이 굳이 동양인이 하지 않아도 되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그 땐 굉장히 기분 좋았다. 지금 제가 보는 또 다른 시나리오는 ‘이 역할은 미국배우 아닐까?’하는 캐릭터인데 제게 줬다. 요즘 들어오는 시나리오엔 액션이 아닌 드라마 장르도 들어온다. '저에 대한 믿음이 약간 생겼나?’라는 생각도 들고, 저를 보는 시선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동양 배우는 액션물에만 활용된다는 편견 속에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할리우드에서 동양 배우들을 자꾸 액션 영화에만 가져다 쓰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아휴, 또 액션이야?’ 하는 식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액션이라는 장르도 상당히 훌륭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액션영화만이 줄 수 있는 파워풀한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흥행타율이 항상 좋은 건 아니다.
‘미스 컨덕트’ 같은 경우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선택했던 영화다. 성공하지 않을 거란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언제 내가 좋아했던 배우, 알 파치노와 함께 연기를 해볼까’라는 생각이었다. 정말 즉흥적으로 선택했다. 시나리오도 읽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읽어보니까 알 파치노와 부딪히는 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감독에게 “알 파치노랑 같이 하는 거 때문에 했는데, 작품 방향상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한 번만 만나보면 어떨까?”라고 부탁했다. 다행히도 작가 출신의 감독이었고 며칠 만에 바꿔왔다. 그런데 알 파치노도 같은 부탁을 했다고 했다. 안소니 홉킨스와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단다. 그 두 분이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났다.

‘매그니피센트 7’의 흥행도 아쉬웠다.
참 아쉬운 게 많은 작품이다. 제목을 원작과 똑같은 ‘황야의 7인’으로 갔어야 했다. 그럼 아마 서부 영화 세대들이 극장을 찾았을 거다. ‘매그니피센트7’…, 미국 사람도 발음하기 힘든 제목이다. 하지만 제일 애착이 가는 영화다. 어릴 때부터 서부 영화에 로망이 있었다. 두 남자가 마을 한 가운데서 총 대결을 하고, 딱 마주 서 있을 때의 긴장감이 좋다. 또 서부극에 꼭 나오는 프라이팬에 볶은 콩이다. 빵에 그걸 찍어먹는데 어린 마음에 그게 너무 먹고 싶었다. 그래서 ‘매그니피센트 7’ 때도 그 음식이 나오면 더 달라고 해서 많이 먹었다. 맛은 별로였는데, 그럼에도 어릴 때 꿈 꾸던 것들을 이뤘다는 게, 참 각별한 작품이다.

2016년, 청룡영화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받았다.
청룡하고 전 인연이 없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 이전에 ‘내부자들’로 상을 많이 타기도 했고, 이번 청룡의 후보도 워낙 쟁쟁했기에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제 이름이 불렸을 때 정말 당황했다. 만약 제가 준비된 자세로 올라갔다면 말을 많이 안 했을 거다. 당황했기 때문에 말을 많이 했다. 25년 만에 올라간 자리였다. 가급적이면 오래 서 있고 싶었다. 제가 한 말들이 꼭 유리파편 같았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모든 이야기가 이어지질 않았다. 상에 연연하지 않는, 쿨한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선배로서 평소 눈 여겨 본 후배가 있을까? 같은 소속사 배우를 언급해도 괜찮다.
하하. 그건 너무 속보인다. 요즘엔 조진웅 씨, 그리고 ‘동주’의 박정민 씨가 인상적이었다.

끝으로 요즘 가장 행복한 일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아마 말하지 않아도 알지 않을까? 아이하고 있을 때다. 사실 아이랑 있으면 신체적으론 쉬질 못한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가장 큰 휴식이 된다. 마음이 굉장히 맑아진다. 아이 덕분에 참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나 자신도 놀랐다. 선배나 친구들이 이야기하던 것들이 이제야 와닿는다.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으로 얻는다. 어떤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내 기준이 아닌, 아이의 기준이 된다. 일례로 외국에 한 달 이상 가있어야 하는 촬영이 있다. 그때 드는 생각이 ‘한 달 이상을 저 아이의 눈 앞에서 내가 사라지면 아이의 정서가 어떻게 변할까?’라는 걱정이었다. 육아로 변하는 지점이 참 많은 요즘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