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여교사' 김하늘 ① "처음 대본 받고 모멸감 느꼈다"

[제니스뉴스=안하나 기자] 청순가련한 이미지로 20년 동안 ‘멜로퀸’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김하늘이 파격적으로 변신했다. 그동안 보여준 김하늘의 얼굴과는 전혀 다른 강렬함, 그 자체다. 

김하늘은 영화 ‘여교사’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 역을 맡았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은 2017년의 문제작 '여교사'는 김하늘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 ‘여교사’ 인터뷰차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제니스뉴스와 만난 김하늘은 머리를 질끈 묶고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영화 속 효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김하늘은 “영화는 영화일 뿐 실제라고 오해하는 거 아니죠?”라는 애교 섞인 인사와 함께 인터뷰에 임했다.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떤가.
한번 더 보려고요. 시사회 때 떨려서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사실 어떤 작품이든 시사회 할 때는 늘 떨려요. 설렘과 함께 ‘이번 작품은 어떻게 나왔을까’라는 궁금함이 가득하거든요. 특히 ‘여교사’의 경우 평소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를 연기했고, 여러모로 신경 쓰다 보니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여교사’가 개봉되기까지 촬영이 끝나고 무려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찍어놓고 개봉을 하지 않아 걱정 많았을 듯, 어떤 생각이 들었나?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감독님을 믿었거든요. 시사회 날 완성본을 봤을 때 오히려 가편집 됐을 때보다 편집도 더 깔끔하게 됐고, 음악도 적재적소에 잘 삽입돼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맞았던 거 같아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특히 남편은 파격적인 영화라 조금은 놀랐을 것 같은데.
남편이 처음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가 아니라 못 볼 거라 했어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난 뒤에 ‘잘 봤다. 영화 좋다’고 말해줬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뿌듯하면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칭찬받으니 기분 좋았어요.(미소)

부모님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어머니는 영화를 보셨고 아버지는 아직 보지 못하셨어요. 아버지께서 평소 제가 나온 작품들을 보다 키스신이 나오면 ‘음~’이렇게 헛기침을 하시더라고요. 약간 민망하신가 봐요. 그런데 ‘여교사’ 속 수위는 보면 놀라실 거 같아 시사회 때 초대하지 않았어요.

‘여교사’를 선택할 때 많이 불편했다고 들었다. 어떤 이유 때문인가.
시나리오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효주 캐릭터를 연기할 생각을 하니 모멸감까지 들었어요. 이런 감정을 느끼면서 연기하고 싶지 않았죠. 지난 20년 동안 달달한 로맨스 장르에서 사랑받는 연기를 주로 하다 보니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려고 하니 생각만큼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시나리오를 읽고 난 뒤엔 효주의 엔딩 감정이 오래 남더라고요. 제가 효주를 놓치고 안 하면 후회와 미련이 많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출연을 결정했어요.

출연을 결정한 시기에는 달달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었기에 현실과 다른 영화 속 장면을 연기하기가 힘들었을 것 같은데.
정말 ‘여교사’를 선택할 때 너무 행복한 시기였어요. 사랑도 많이 받는 시기였고요. 배우가 작품에 연기할 때 몰입되고 빠지는데, ‘여교사’를 할 때 그 안에 감정을 연기하면 너무 아플 것 같았어요. 그때마다 남편이 위로해주고 많이 도와줘 이겨낼 수 있었어요.

김태용 감독이 연기를 공식석상에서 극찬했다. 어땠나?
기분 좋아요. 촬영 들어가기 전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한 장면 한 장면 상의도 많이 했고요. 특히 효주가 재하(이원근 분)를 대하는 감정에 대해선 제 의견대로 캐릭터가 만들어졌어요. 시나리오상 효주의 감정은 매우 심플했어요. 효주가 재하를 좋아한다, 그 정도였어요. 그런데 저는 책임감 있게 교사 생활을 해 온 효주가 학생에게 그런 감정을 갖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선생님으로서 재하에 대해 마음을 열고 관심을 갖는 것으로 감정의 출발점을 잡았어요. 이외에도 대화를 통해서 만들어진 장면들이 많아요.

이번 작품에서 후배 유인영과 호흡을 맞췄다. 어땠나?
호흡이 정말 잘 맞았어요. 평소 상반되는 캐릭터가 맞붙었을 때 각각의 캐릭터가 빛이 난다고 생각해요. 이번 ‘여교사’에서도 저와 인영이의 캐릭터가 상반되는 매력이 드러나 동시에 빛이 난 것 같아서 좋았던 거 같아요.

한참 후배인 이원근과의 연기 호흡도 궁금한데.
원근이가 촬영 들어가기 전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연기적인 것은 물론, 발레까지 하루 종일 연습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원근이와 촬영을 해보니 그 말이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더라고요.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주눅 들지 않고 잘했어요.(미소) 다만 많이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원근이는 인터뷰 때마다 제가 잘 챙겨줬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해준 게 없어요. 현장에서 제일 선배였음에도 불구하고 제 연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다음에 또 같은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면 정말 잘 챙겨주고 싶어요.

이제 가장 선배니 작품을 임하는 책임감과 중압감이 심할 것 같다.
이런 부분으로 압박받지는 않아요. 다만 선배니깐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아까 말한 것처럼 연기할 때는 저만 바라봐서... 고쳐야 하는 데 생각보다 잘 안 되더라고요. 이제라도 뒤를 돌아보고 후배들을 챙기는 선배가 되려고요.(미소)

파격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를 혜영(유인영 분)이 얼굴에 붓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실제 저라면 당연히 해서는 안 되고 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극 중 효주라면 가능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라도 모든 것을 다 가진 아이가 아무런 걱정 없이 해맑게 웃고 있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 얄미울 거 같아서요.

찍을 당시에 저도 효주로 빙의 돼 연기했고 통쾌함을 많이 느꼈어요. 하하. 그 순간 ‘내게 이런 모습과 성격이 있었다니’라고 생각하며 순간 놀라기도 했고요. 반면 학교에서 해고되지 않기 위해 이사장 딸 혜영에게 무릎을 꿇는 장면은 정말 굴욕적이었어요. 그런 행동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같은 여자로서 씁쓸함을 참을 수 없었거든요.

‘여교사’라는 제목이 주는 이미지와 함께 문제작으로 불리고 있는데, 출연한 배우로서 속상할 것 같다.
대본을 보고 잘 지은 제목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홍보를 하면서 이 제목이 다른 방향으로 생각될 수도 있겠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걸 인지하는 순간 저도 영화가 그렇게 보이더라고요. 자꾸 야한 쪽으로만 연관이 되는 게 속상했죠. 제목만 가지고도 외면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영화를 보고 나면 홍보문구인 파격, 문제작이라는 단어가 이해가 될 텐데 말이에요. 대중들께서 제목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지 않고 넓게 바라봐 줬으면 좋겠어요.

전작 KBS2 ‘공항가는 길’에 이어 ‘여교사’까지 파격적인 선택이다. 대중들의 이러한 선택에 칭찬과 호평으로 반응하고 있는데.
‘공항 가는 길’은 출연하기 전까지 망설이고 우려되는 부분이 컸어요. 그런데 시청자들이 작품 속 제 모습을 인정해줬어요. 덕분에 상까지 받게 됐고요.(미소)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어요. ‘여교사’도 시사회 이후 반응이 좋고 좋은 글들도 많이 올라와 기뻐요. 이제는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두려워하기보다는 저를 믿고 과감하게 선택해 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다음 작품은 과연 제가 어떤 캐릭터를 선택할지 저도 궁금해요.

▶ 2편에 계속

 

사진=필라멘트픽쳐스/(주)외유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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