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리의 1열중앙석] 연극 '나와 할아버지', 잔잔하고 따뜻한 수필 같은 작품
[임유리의 1열중앙석] 연극 '나와 할아버지', 잔잔하고 따뜻한 수필 같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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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누구나 한 두가지쯤 어린시절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추억은 간직하고 있을 터다. 

연극 '나와 할아버지'는 그러한 우리들의 추억을 화려한 연출이나 미사여구 없이 담백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가슴 속 깊숙한 곳 어딘가에 묵직하게 내려앉는다.

작품은 작가지망생 준희가 작품의 소재를 위해 할아버지의 첫사랑을 찾아나서는 데 동행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다. 준희는 이 과정 속에서 할아버지가 어떻게 할머니와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 한국전쟁 당시 어쩌다 다리 한 쪽을 잃게 되었는지, 그 이후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할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작/연출을 맡은 민준호의 실제 경험을 소재로 그려낸 만큼, 작품은 이러한 과정을 너무나도 리얼해서 웃음이 나고, 눈물이 나는 살아있는 대사와 상황들로 전달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뿐만 아니라 우리 곁에 항상 함께 있으면서도 깊은 속마음까지는 알 수 없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가족들을 떠올리게 된다.

할아버지 역의 오용은 대사뿐만 아니라 오도커니 앉아있는 모습, 쓸쓸해보이는 뒷모습, 술잔을 손에 들고 좀처럼 입으로 가져가지 못하는 모습 등 동작 하나하나로 할아버지를 표현해낸다. 감정 표현에 서툰 우리네 어르신들의 모습이 떠올라, 어떤 재미난 상황이 벌어져도 왠지 모르게 코 끝이 시큰해진다.

손자 준희 역의 홍우진은 우리의 자화상과도 같다. 귀가 잘 안 들려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해야만 알아듣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짜증을 부리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린아이처럼 떼쓰는 그들을 귀엽다고 느끼는 그에게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된다.

배우 이지선은 할머니 역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멀티 역할을 맛깔스럽게 소화해내 극에 양념을 더한다.

온 몸의 긴장을 풀고, 편하고 자연스럽게 마주하면 좋을 작품이다. 잔잔한 웃음과 감동이 힐링을 전달한다. 작품 속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나이가 들었을 때,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그런 것들을 '물어봐주는' 사람이 있을까? 작품을 보고 나면 집에 돌아가서 가족들에게 더 많은 것을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나와 가족간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연극 '나와 할아버지'는 8월 2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오는 18일과 25일에는 현재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에서 정덕인(김정은)의 시아주버니 황경수 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진선규를 비롯, 민준호, 정선아 등의 스페셜 게스트가 출연한다.

 

사진=Story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