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리의 1열중앙석] 네 아이돌이 도전한 뮤지컬 '체스', 냉전시대의 사랑-배신-야망
[임유리의 1열중앙석] 네 아이돌이 도전한 뮤지컬 '체스', 냉전시대의 사랑-배신-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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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임유리 기자] 뮤지컬 '체스'는 1986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후, 30년 만에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국내 초연되는 작품이다.

방콕에서 열리는 세계 체스 챔피언십에서 경쟁자로 만난 미국 챔피언 프레디와 러시아 챔피언 아나톨리 간의 긴장감 넘치는 정치적•개인적 대립, 그리고 프레디의 조수 플로렌스가 아나톨리와 사랑에 빠지며 벌어지는 운명의 소용돌이를 담고 있다.

걸출한 뮤지컬 작가 팀 라이스와 슈퍼밴드 아바(ABBA)가 의기투합하여 냉전의 영향 아래 체스를 둘러싼 인물들이 벌이는 배신, 야망,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다보니 개막 전부터 관객들의 기대가 모아졌다.

특히 원작에서 아나톨리 역은 40대로 설정되어 있지만 국내 초연에서는 이 역할을 4명의 20대 아이돌 멤버가 맡았다. 조권, 샤이니 키, 빅스 켄, B1A4 신우가 바로 그들이다.

아나톨리는 러시아 체제 속에서 자유를 잃고 새로운 세계와 사랑을 꿈꾸는 인물. 게다가 결혼을 한 유부남의 입장에서 경쟁자인 프레디의 조수 플로렌스와 사랑에 빠지는 설정이다 보니, 젊고 풋풋한 배우들이 연기하기에는 쉽지 않은 역할이다.

하지만 뮤지컬 첫 도전인 켄, 신우를 비롯, 조권과 키는 모두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낸다. 표현하기 쉽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이 작품을 선택한 그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힌 조권과 키는 물론이고, 첫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실력을 보여주며 첫 발을 내딛은 켄과 신우까지. 오히려 쉽지 않은 이 작품을 통해 한층 성장할 그들의 모습을 기대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작품은 체스를 형상화한 무대, 조명, 영상 그리고 30명에 달하는 앙상블과 함께 거대한 체스의 말, 우산 등의 적절한 소품의 사용으로 넓은 무대를 효과적으로 채우고 있다.

유럽과 남아공, 이스라엘 등에서 싱글 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영국의 배우 겸 가수 머레이 헤드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One Night In Bangkok', 아나톨리가 '내가 원해왔던 이곳에서 내가 바래왔던 일을 하고 있는데도 내겐 남은 게 없어'라고 노래하며 그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노래하는 'Where I want to be', 조국에 대한 아나톨리의 절실함을 담은 곡으로 조권, 켄 등이 감동적이라고 꼽은 'Anthem' 등 귀를 사로잡는 넘버들도 포진해있다. 특히 프레디 역의 신성우가 랩에 도전한 'One Night In Bangkok'은 특유의 목소리와 카리스마, 분위기와 절묘하게 조화되며 시선을 끈다.

스토리는 다소 평면적이지만 화려한 볼거리와 귀에 감기는 넘버,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와 깨알같은 재미들이 더해져 지루할 틈이 없다.

오는 7월 1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엠뮤지컬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