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인터뷰] '브이아이피' 이종석 ② "연기가 뻥 같을 때, 얼굴이 빨개져요"
[Z인터뷰] '브이아이피' 이종석 ② "연기가 뻥 같을 때, 얼굴이 빨개져요"
  • 권구현 기자
  • 승인 2017.09.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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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뉴스=권구현 기자] 요즘 신조어로 '만찢남'이라는 말이 있다. 풀이하면 '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의 줄임말이다. 만화책에서만 있을 법한 외모를 가진 꽃미남에게 붙는 수식어다.

배우 이종석은 연예계의 대표적인 만찢남이다. 큰 키에 여리여리한 몸매, 하얀 피부에 작은 얼굴까지, 외모만으로도 '만찢남'이겠으나, 지난 2016년 인기리에 방영된 MBC 드라마 '더블유'를 통해 그 수식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웹툰 속의 히어로 '강철'을 통해 만화 속 세상과 현실 속을 오고가며 정의를 구현하고, 사랑을 쟁취했던 이종석. 이젠 로맨스와 드라마를 넘어 액션까지 소화하며 배우로서 스펙트럼도 넓혔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 영화 '신세계'(2013)를 통해 대한민국 느와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박훈정 감독의 신작 '브이아이피'의 김광일을 연기했다. 김광일은 대한민국으로 넘어온 북한 VIP로서 작품 내 살인사건의 강력한 용의자다. 희로애락을 드러내지 않고, 안하무인으로 움직이는 차디찬 인물이다.

이종석과 살인마, 그리고 느와르라는 조합은 관객들에게 다소 생소할 일이다. 이종석도 그런 이미지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도전했고, 그래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금도 끊임 없이 도전하고, 발전하고 있는 배우 이종석과 제니스뉴스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곳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이 자리에 담아본다.

▶ 1편에서 이어

‘김광일’의 신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께서 촬영 내내 추상적인 디렉션을 주셨지만, 당신께서 원하는 그림은 확실히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디렉션 없이 열어주셨다. 계속 억눌려 있었는데, 그때 비로소 시원하게 연기했던 것 같다.

첫 등장신도 강렬하다. 잔인하다는 평도 많았다.
제 첫 촬영이었다. 저도 불편했고, 속도 안 좋았다. 찍으면서도 멍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신이 없었다면 김광일이라는 캐릭터에 모두가 분노하지 않았을 거다. 관객도 마찬가지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야 했다. 그게 없었다면 김광일은 연약해 보였을 거다.

하지만 저도 이번 영화를 결정하고,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잔인한 수위가 걱정 됐다. 특히 제 팬들 중엔 어린 친구들도 많다. 그들이 영화를 못 보는 거다. 어느 날 SNS로 쪽지가 왔다. “영화를 너무 보고 싶은데, 나이 때문에 못 봐요. 솔직히 보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까요”라는 내용이었다.

제가 SNS를 가끔 보긴 하지만, 답장을 해본 적이 없었다. 고민을 하다 처음으로 답장을 보냈다. “응원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미안하지만 어른이 되면 봐줬으면 좋겠어요”라는 내용이었다. 아마 ‘브아아이피’를 어린 친구들이 본다면? 정말 상처 받을 거 같았다.

모피를 입고 나온 것도 시선을 끌었다.
그 옷은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고른 거다. 퍼의 컬러부터 두께, 질감까지 여러가지를 신경 썼다. 저야 감독님이 입으라면 입고, 벗으라면 벗었는데, 일종의 반전 장면이 된 것 같다. 그 신이 그렇게 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 설마 그렇게 시선이 많이 갈 줄이야. 하하.

‘브이아이피’는 배우 이종석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캠코더 모니터링을 버린 영화?
하하. 앞으로는 캠코더 모니터링 없이 해보려고 한다. 얼마나 갈지는 잘 모르겠다. 불안하긴 한데, 자유로운 연기를 느꼈다. 상대방이 주는 대사를 그때 그때 받아서 하는 재미가 있었다. 순발력이랄까? 아무래도 선배들과 작업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역시 선배들과 함께 해야 연기에 발전이 생긴다.

‘관상’ 때도 좋은 선배들과 함께 했는데, 그때도 같은 느낌이었을까?
그땐 감히 선배님들께 여쭤볼 생각도 못했다. 워낙 내성적이다.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선배님들 정말 잘하신다’라고 생각했다. 그 이후 작품을 하면서 많이 늘었던 것 같다. 사실 필모가 쌓일 때마다 ‘성장했다’는 느낌이 있는데, 그게 정체될 때가 온다. 슬럼프다. 그럴 때 선배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 충전이 된다.

슬럼프라 느꼈던 때가 어느 작품 때였는지?
‘닥터 이방인’을 할 때 슬럼프가 세게 왔다. 준비도 많이 했고, 시청률 1등도 하고, 칭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제가 가진 기본 성향과 캐릭터가 나아갈 방향이 부딪혔다. 연기를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괴로웠다. 이후 작품을 쉴 생각도 했지만, 그때 쉬면 정말 공백이 길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결국 작품을 더 했지만 극복하지 못했다. 이후 1년의 공백을 가졌다.

자신이 하고 있는 연기가 거짓처럼 느껴졌을 때 온 딜레마일까?
연기란 결국 대본 속에 만들어지는 허구다. 혼자서 그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 이건 뻥인데’라는 인지를 하면 얼굴이 빨개진다. 다른 사람이 보면 괜찮을 일인데, 얼굴이 빨개진 게 혼자 느껴진다. 그땐 감독님께 “혹시 연기하다 얼굴이 빨개지면, 방송에 내보낼 정도면 그냥 가시고, 이상하다 싶으면 다시 하시죠”라고 말한다. 부끄러워서 그렇다. 정말 같은 장면을 20번을 해도 똑같이 빨개질 때가 있다. 이번 ‘브이아이피’ 때도 영어 대사할 때 귀가 빨개지는 걸 느꼈다. 

성장의 과정일 거다. 막상 그런 부분이 없다면, 또 정체를 느끼고, 슬럼프가 올 거다. 끝으로 ‘브이아이피’는 배우 이종석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모험이었다. 관객들의 평가는 잘 모르겠으나, 제게 있어 터닝 포인트는 확실하다. 이런 역할 자체가 제 나이의 배우에겐 쉽게 오지 않는다. 건조한 느와르, 다른 느와르처럼 브로맨스는 없지만, 이종석의 마지막 악역일 수도 있는 작품이라고 본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